우주에 간 이소연 씨, 그리고 그를 욕하는 얼굴 없는 키보드워리어.

 우주인이니 우주관광객이니 할 것 없이, '우주에 간 이소연 씨'라고 칭하겠다. 그리고 '뭐 원래 그런' 인터넷 악플들에 뭐 그리 심각하게 반응하느냐- 하며 핀잔주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 말하는데, 내가 이리 발끈하는 이유는, (모든 악플들이 그러하듯)이것이 한 인간에 대한 인격 모독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번 극악한 여론들은 '남 잘되는 꼴 못보는' 나아가 '여자 잘되는 꼴 못보는' 한국 사회의 심리를 반영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 이글루스인중에 '여자 잘되는 꼴 못본다'라는 문장을 사용했다고 해서 내가 뭐 개폐미니 뭐니 지껄일 위인은 없어 보인다만, 나는 무슨 무슨 주의자도 아니고, 그럴 만한 사람도 못된다.

 정말 보기 싫다만 여러 가지 편리성 때문에 인터넷 첫 페이지를 네이버로 해 놓고 있는 나는, 메인에 올라오는 떡밥성 기사에 힐끗힐끗 눈이 가는 것을 혐오하면서도 클릭을 일삼곤 한다. 요즘 뻔질나게 올라와대는 '이소연씨 우주에서 밥먹었다' '이소연씨 우주에서 콩나물 기른다' '이소연씨 우주에서 여러가지 실험 중' '이소연씨 우주에서 노래부른다' '이소연씨 이명박대통령과 화상연결' 같은 '이소연~' 뉴스도 자주 클릭해본다. 그리고, 그 기사 밑에 달리는 정말 무지막지한 악플들을 본다.

 이소연씨가 욕먹는 이유를 세 가지로 양분해보자.

1. 근거도 없이 무슨 문익점마냥 러시아 우주기술을 한국에 빼돌린 용자로 치부된 고산씨의 대타
2. 국민세금으로 간 우주관광이다
3. 못생겼다

 
 첫째, 고산씨가 진짜 21세기의 문익점이건 아니건, 항간에 떠도는 루머들은 어디까지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일 뿐 넘어가자. 하지만 그가 규칙을 어겨서 탈락한 건 사실이다. 뭐 그게 비리라느니 어쩌느니 이렇게 떠도는 소문들도 확인되지 않은 건 마찬가지 아닌가? 그리고 음모론인가 뭐시깽인가를 들먹이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논지대로라면 '이 모두가 항간 돈내고 가는 우주'관광'일 뿐'이라는데, 이따위 '우주관광'에 무슨 음모론에 무슨 국정원이야? 우주 관광이라면서, 관광사 비리로 관광객이 교체되었다는 말 들어봤어? 그들 논리대로 '우주관광사' 러시아 마음에 안 들어서 탈락시켰다는데 말이다

 둘째, 국민 세금으로 간 우주관광. 그래 이 부분을 욕하려면, 한 개인에 대한 인권모독 수준의 육두문자를 남발하지 말고 노무현 정부와 이 우주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어받은 이명박 정부를 욕해라. 이 우주관광 하나 가려고 몇만 명의 지원자가 지원했었고 SBS는 그걸 무슨 로또추첨마냥 특집방송으로 내보냈던 기억이 나는데. 어쨌건 '누가 됐던' 저 우주관광객 자리는 욕먹었을 것이다. 고산씨가 됐든 이소연씨가 됐든, 나중에 추려진 Top 10 중에 1인이 됐든 결론적으로 최후의 1인은 지금의 이소연씨처럼 국민 세금으로 우주관광간다고 욕을 먹었을 것이다(여자라는 이유로 외모에 대해서 미친 듯이 까인다는 특수한 이유 빼고). 그렇다면, 지금 하는 욕의 방향은 개인에 대한 인격 모독차원이 아니라 국민의 혈세를 우주쇼에 낭비하는 정부 쪽에 더 쏠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셋째, 정말 이소연 씨 본인이 한국에 돌아왔을 때 인터넷 하지 말라고 도시락 싸들고 말리고 싶을 정도다. 이건 정말 심하다. 개인의 외모를 가지고 키보드 뒤에 숨어서 웃기다고 희화화시키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들 해대고. 정말 우리나라 의식수준이 이런 정도인가 하는 회의감마저 들었다. 저 여자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기에 가족 유전자까지 운운하면서 못생겼다고 얼굴 크다는 욕을 들어야 하는지. 그리고 외모를 가지고 평가하는 글의 글투를 보거나 글의 내용을 봐도 거의 다 이성이 쓴 글이다. 남자들이란 얘기다. 우주에 가는데 외모가 무슨 상관인가? 이럴거면 그냥 연예인을 뽑지 그랬나? 물론 CF촬영하겠다, 돈 많이 벌겠다라는 생각부터 인터뷰로 낸 이소연씨가 경솔하기는 했다만. 이 정도로 인신공격당할 일인가.

  물론 이것도 이소연 씨가 귀국한 뒤 몇 주 지나면 자연스레 잊혀질 일인 거 다 안다. 그렇지만 이번 부정적인 여론의 방향이 '우주쇼를 계획한 정부 및 설레발치는 방송사'가 아닌 '한 여성의 외모'로 좁혀지는 게 정말 안타깝다. 나도 물론 스펀지에서 방송되는 수준의, 이미 증명된 우주실험을 하려고 우주관광을 갔다면, 그 260억이라는 돈을 이공계에 지원해 실질적인 한국의 이공계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택하라고 욕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욕의 방향이 한 여성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고.

by 왼손잡이 | 2008/04/16 22:02 | 차나 한잔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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